독일 ‘시노드의 길’, 어디로

지난 9월 독일 교회 ‘시노드의 길’(Synodal Path) 제4차 총회가 끝났다. 그와 관련해 <America Magazine>이나 <National Catholic Reporter> 등 유수의 교회 언론이 <Catholic News Service>(CNS)가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 기사를 냈다. “독일 교회가 진행 중인 ‘공동합의적 길’ 제4차 총회가 9월 10일 여러 가지 원대한 개혁안을 결의하고 마쳤다”1)는 첫 문장은 5번의 전체 회의 가운데 4번째인 이번 회의가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이게 한다. 이어 기사는 교회 안 여성, 동성애를 포함한 성윤리, 성전환자의 지위, 교회의 전국적 지도부 구조 등을 토의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국내에서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이 기사를 그대로 번역해 실었는데, 이를 읽는 독자는 회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독일 교회가 개혁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기에 충분했을 법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딱히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회의 전체에 대한 이해로는 부족해 보인다.

<The Tablet>에 따르면 회의 첫날에 이 ‘시노드의 길’이라는 교회개혁 전체의 기획이 거의 무산(broke down)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성윤리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특히 동성애 행위를 정죄하지 말아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본 문서(basic text)가 회의 참석 주교의 2/3의 표를 얻는 데 실패함으로써2) 시노드의 길 전체 입장으로 채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2023-24년 세계 주교회의 시노드에 제출할 공식 안으로 제안하지 못하게 됐다. 회의 참가자들은 이 후퇴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특히 ‘시노드의 길’ 공동의장인 게오르크 베칭 주교는 주교들의 투표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지만 이러한 결과는 “큰 실망”이며 공동합의적 길에 있어 “심각한 상황”(crucial situation)으로 본다고 밝혔다. 참가자 대다수는 크게 실망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고, 성소수자 대의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3)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시노드의 길’ 공동의장이자 독일 평신도 대표기구인 독일가톨릭 중앙위원회의 이르메 스테터-카르프도 총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회의 동성애 윤리에 대한 재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기본 문서를 받아들이지 않아 부결된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총회에서 일부 주교들이 공개적으로 토론하지 않더니 투표에서 거부하는 쪽에 투표하면서도 왜 반대하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교들이 사전에 많은 경청(hearings)과 보고(briefings)가 있었음에도 총회 전에 의견 조율을 하지 않았음에 주목하면서, “우리가 서로에게 솔직할 때에야 비로소 함께 일할 수 있으며 현상 유지에 급급한 자세는 ‘시노드의 길’에 해가 될 것”4)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베칭 주교도 기본 문서 부결된 데 대해 ‘이 문서가 잘 쓰여졌고 또 매우 중요하며 많은 이들에게 심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기에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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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칭 주교, 공동의장 겸 주교회의 의장. (이미지 출처 = Deutsche Bischofskonferenz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논란을 부추기는 한국 교회 언론

그러나 독일식 시노드의 길을 보도하는 한국 교회 교계 언론의 태도는 몹시 의아스럽다. <가톨릭신문>은 “독일 교회 ‘시노드의 길’ 쇄신안으로 논란 예상”이라는 제목 아래 제4차 총회에서 교회 쇄신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 여기에는 “여성, 성전환자들의 지위, 성윤리, 동성애 사제, 교회 운영 구조 등과 관련된 급진적인 제안들이 담겨 있다”5)고 보도했다. 아울러 “논란이 되는 몇 가지 제안들은 회기 내에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급진적인 제안들이 다수 결의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6)고 보도했다. 이는 마치 ‘논의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통과시켰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서 생각이 앞서가는 독자들은 이를 추진하는 이들의 도덕성에까지 생각이 닿을 것 같은 대목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하는데, 그것이 동성애를 포함한 성윤리를 말하는 것이라면 앞서 두 공동의장이 직접적으로 실망을 표한 부결된 안이 바로 그것이기에 이는 명백한 오보다.

<가톨릭평화신문>도 이 시노드의 길에 대해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보도로 일관한다. <가톨릭평화신문>은 독일 시노드 자체를 다루는 기사는 없고, 오로지 이 시노드에 대한 비판만 보도하고 있다.7) 제4차 총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따로 보도하지 않았지만, 교황청이 이 독일식 교회개혁의 길에 대해 ‘교회 일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면서 “시노드의 길 참여자들이 공동합의로 통과된 안건들에 대한 이행을 주교들에게 촉구하고 있기 때문”8)이라고 그 이유를 든다. 또 이 기사는 “만일 독일 교회가 여성사제 서품을 허용하거나 동성애에 대한 전통적 입장을 바꾸면 보편 교회와의 일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독일 시노드 내의 논의가 아닌 이 시노드를 둘러싼 외부의 공격만 보도한다.

독일 교회 ‘시노드의 길’은 성직자의 성학대 및 은폐에 따른 교회의 도덕적 추락과 신자들의 대거 이탈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독일 주교회의가 여기에 참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행동을 같이하고 있는데, 여기서 공동합의로 통과된 안건들이 있다면 이에 대한 이행을 주교들에게 촉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왜 우려할 일인가? 기사가 말하는 ‘보편교회’가 로마라면 난센스요 더 많은, 더 다양한 민주주의라는 현실에 부응하는 교회를 향해 가고 있는 마당에 철지난 과거로 현재를 재단하려는 듯이 보인다. 또 논란이 있음에도 이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이 상당한 현실에서,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거나 이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을 균형 있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논란이 되는 한쪽의 주장만을 소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보도 형식뿐 아니라 내용, 곧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대로 당신은 ‘로마의 주교’이고 보편교회는 세계 교회라면 이제야말로 시노드를 통해 그런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때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교회가 “세상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면 마찬가지로 교회 자체도 구조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9)고 보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기사들에서는 독일 시노드의 길이 열리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인 성학대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고통이나 눈물도, 또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교회 개혁을 말하는 이들의 진정성과 절실함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찾기 어렵다. 정녕 그렇다면 이 논의에 대한 편견과 논란을 부추기며 교회의 일치에 위협이 되고 해를 주는 존재는 과연 누구인가.

이르메 스테터-카르프 공동의장. (이미지 출처 =&nbsp;Deutsche Bischofskonferenz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이르메 스테터-카르프 공동의장. (이미지 출처 = Deutsche Bischofskonferenz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시노드와 교회 구조의 변화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16일 세계 주교시노드 총회를 2023년 10월과 2024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이 결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라는 주제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 주제는 너무 폭넓고 중대하므로 세계 주교시노드 총회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전체 교회가 장기간 식별하는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10) 한마디로 ‘중요도에 비해 준비가 덜 됐으니 더 잘 준비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교황이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있을 때 우리신학연구소(우신연)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 평신도지도자 포럼’(ALL Forum)은 필리핀에서 ‘평신도 역량 강화’를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이 일주일간의 프로그램에서는 우신연이 ‘하느님 백성의 시노드’를 소개할 때마다 모범 사례로 제시한 필리핀 인판타(Infanta) 교구에서 활동가들도 참가했다. 교구장 훌리오 라바옌 주교 생존 당시 사제, 수도자, 평신도 대표가 함께 모여 교구의 정책을 토론하고 결정한 ‘인판타 교구 평의회’는 30년을 넘게 지속되었다. 사제 수의 두 배가 넘는 평신도 대표의 참가와 평등한 논의 구조 등은 ‘함께 걷는 여정’이라는 공동협력적 교회(Synodal church)의 모습을 선취한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당시 이러한 운영 방식에 불만을 품은 사제들이 교구를 떠나는, 라바옌 주교의 표현대로 ‘어두운 밤’을 거쳐야 했지만 정작 교구 평의회가 해체된 것은 2003년 그가 교구장직에서 은퇴하자 교구장을 승계한 그의 후임 주교들에 의해서였다. 특별 세미나에 참가한 인판타 활동가들은 주교좌 본당의 본당 사제가 라바옌 주교의 뜻을 이어 평신도와 함께 하는 교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시노드는 행사가 아니라 하느님의 온 백성이 성령의 도우심으로 교회를 위한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식별하는 여정”11)이라는 주교대의원회 사무처의 설명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그 ‘식별’만으로 그치지 않고 평신도를 포함한 하느님 백성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최고 논의 구조를 세우고 이를 시행하는 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된다면 ‘교회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며 교회 개혁의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다. 그러한 방향으로 노력해 온 것이 바로 독일 교회 ‘시노드의 길’이며, 따라서 이를 마녀사냥식으로 비난하고 매도할 게 아니라 오히려 공감의 시선으로 연대하고 지지해야 한다. 단지 ‘한번의 행사’로 끝낼 것 같은 우려 속에 시노드 총회를 2024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하려는 교황의 곡진한 뜻을 왜곡하지 않는 길은 지역 교회가 그에 부응하는 구조와 체계를 마련하고 재원과 인력을 배치하는 일이다. 어려워 보이지만 시작하면 금방 자리 잡을 수 있다. 관건은 교회 당국자가 지금의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바꾸고 새로운 교회로 나아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시작해 본 적도 없기에 두려워하기에는 근거가 없고 더 늦추기에는 기회도 없다. 교회가 지금까지 말해온 복음을 그대로 살아내려고 작정하고 실천하면 되는 일이다.

'2022년 필리핀 이동학교'에 참석한 참가자들. (사진 제공 = 한승범)
'2022년 필리핀 이동학교'에 참석한 참가자들. (사진 제공 = 한승범)

1) 편집국, “독일 교회 공동합의적 길 4차 총회 마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22.09.15.
2) Christa Pngratz-Lippitt, “German Synodal Way plenary votes to reassess homosexuality”, <The Tablet>, 2022.9.13
3) 편집국, 앞의 기사.
4) “Press conference at the end of the Fourth Synodal Assembly”, 2022.9.10.
5) “독일 교회 ‘시노드의 길’ 쇄신안으로 논란 예상”, <가톨릭신문>, 2022.09.25.
6) 위 기사.
7) 김원철, “카스퍼 추기경, 독일 ‘시노드 여정’ 비판 “교황 권고 무시”, <가톨릭평화신문> 2021.11.21. ; 김원철, "독일 ‘시노드 여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커져", 2022.7.10. ; 김원철, “교황청 독일 ‘시노드의 길’은 교회 친교에 상처 입히고 일치 위협”, 2022.08.10.
8) 김원철, “교황청 독일 ‘시노드의 길’은 교회 친교에 상처 입히고 일치 위협”, <가톨릭평화신문>, 2022.08.10.
9) Dan Stockman, “Q & A with Sr. Ilia Delio”, <National Catholic Reporter>, 2015.6.23.
10) “교황,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두 회기에 걸쳐 개최한다”, <Vatican News>, 2022.10.16
11) 위 기사.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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