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 '국제 언론인 포럼'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에서는 이사회와 함께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스터디 데이즈’에서는 “초연결 시대에 고립된 개인, 가짜 뉴스와 신뢰의 위기, 우리 삶의 터전, 지구 지키기”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3일간 이어졌으며, ‘국제 언론인 포럼’, ‘국제 청년 포럼’도 열렸다. 이 세션들을 통해 공유된 이야기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 편집자 주

‘2022 서울 시그니스 국제총회’ 둘째 날 열린 ‘국제 언론인 포럼’은 “평화, 디지털시대 언론인의 역할”을 주제로 열렸다.

포럼은 러시아 독립매체 <노바야 가제타> 창간인 및 편집장이자, 2021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드미트리 안드레예비치 무라토프의 특별 대담을 포함, 종군기자 잭 바튼, 분쟁지역 전문 김영미 독립PD, '국경없는 기자회' 회원 세드릭 알비아니, <아메리카 미디어> 부편집장 콜린 델리 등이 취재와 보도 경험을 공유하고 평화를 위한 언론인의 활동을 모색했다. 이 가운데 콜린 델리 부편집장은 건강상 이유로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전쟁과 분쟁, 갈등과 혐오의 문화가 평화의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오늘, 미디어의 발달이 언론의 파급력을 높이면서 평화라는 공동선을 실천하기 위한 언론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사람만이 전쟁과 평화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장과의 대담은 특별 사정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구 소련 붕괴 뒤 정직하고 독립적인 신문을 만들고자 <노바야 가제타>를 창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정부의 탄압과 부패에 맞서 저널리즘의 전문적, 윤리적 기준과 언론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애써 왔고,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노바야 가제타>에 대한 여러 소송과 언론사 자격 취소 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로 한국에 가지 못했다”면서, “많은 이들이 소송 해결을 위한 도움을 주고 있어서 활동을 이어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쟁과 전쟁이 평화를 파괴하고 위협하는 이 시기, 언론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지난해 언론인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었다는 것은 단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가 없다면 사회의 권력 통제도 없으며, 공익을 위한 활동도 없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이 자신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유를 통해 독재와 전쟁을 막고 타인의 아픔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사람들은 언론이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에 지쳐 있고, 좋은 소식만 듣기를 원하지만, 그런 바람에도 유럽의 우크라이나 난민들과 관련된 아픈 소식은 전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무라토프 편집장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1935년 언론인의 노벨상 수상 뒤 두 번째다. 그는 86년 전도 지금도 인류가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면서, “언론은 스파나 피트니스센터가 아니라 독재를 막기 위한 쓴 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여러 국가에서 진실은 국가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국가 권력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 과거에도 지금도 변치 않는 사실은 언론을 탄압한 뒤에는 결국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언론사, 언론인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정보의 ‘사실관계 확인’은 전문성 차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이 정부의 개입을 받을수록 정보를 구분할 수 없어진다. 객관적 정보 대신, 사람들에게서 ‘좋아요’를 받아내려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이는 언론인의 잘못이며, 사실 확인과 정보 제공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언론인의 전문성 기준은 더 높아져야 한다. ‘사실 확인’은 언론인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선전, 전면적이고 극단적 선전은 전문적인 영역에서만 대응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 기준은 공익을 위한 활동이며, 타협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이런 전문성의 측면에서 최근 많은 이들이 활동하는 1인 미디어, 개인 미디어 활동은 전문적 언론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전문 언론인들은 모든 정보의 사실을 확인하고 그것에 책임을 진다. 시민언론이 언론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 둘 사이의 조화로운 경합이 필요하다”며 보도의 책임성도 강조했다.

그는 또 언론인은 단지 관찰자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삶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날 전문 언론인들은 광산 갱도 속 카나리아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전문적 언론을 보호하는 것은 멸종위기의 동물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최근 분쟁이 계속되고 전쟁이 일어난 지역에서 종군기자, 언론인의 역할은 “갈등 속에서 인도주의를 발견하고 이뤄지게 하는 것이며, 평화를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언론인들이 체첸의 포로 구출, 전쟁 지역 노인 구출, 포로 교환 등에 기여한 사례를 들며, 이는 언론인들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지난해 노벨상 상금을 기부했다.

“모든 선전은 전쟁의 일부다. 선전은 반드시 누군가를 적으로 만든다. 오늘날 선전은 디지털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언론의 자리를 없애려 하고 총체적으로 진행된다. 언론인들은 더 선한 세상을 위해 필요하고 그래서 함께 나아갈 것이다. 소망이 있다면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켜가는 것이다.”

국제 언론인 포럼에 특별 대담자로 나선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장. 그는 현재 정부와의 소송 등으로 러시아를 떠나지 못해 화상으로 참여했다. (사진 제공 = 시그니스)
국제 언론인 포럼에 특별 대담자로 나선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장. 그는 현재 정부와의 소송 등으로 러시아를 떠나지 못해 화상으로 참여했다. (사진 제공 = 시그니스)

잭 바튼 기자, “언론인의 진실성과 정직한 보도는 무엇인가?”

대담에 이어 첫 주제 발제를 맡은 잭 바튼 기자는 <CGTN America> 해외 특파원으로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침공, 타이 쿠데타, 리비아 분쟁, 아지아 지역 재해 등을 취재해 왔다.

그는 디지털 혁명의 결과로 개인, 국가와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허위 정보, 가짜 뉴스가 많아졌고, 언론인들은 더 많은 제약을 안고도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 특히 전쟁이나 분쟁을 다루는 언론의 자세와 과제에 대해 말했다.

그는 각 분쟁 지역을 취재할 때, 관련 검색을 하면 해당 사건에 대한 극단적 내용들이 나오고 있다며, “과거에는 관련 사안에 대해 그나마 다른 의견들이 노출됐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아프카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그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사람이 보는 정보(뉴스피드)는 모두 그런 내용만 노출된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양쪽 모두 실재 상황과 다른 정보를 습득한다”고 설명했다.

“10년 전만 해도 신문을 보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종합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양극화의 편향이 기본 데이터다. 각자의 코드, 성향에 맞는 매체만 보면서 그 편향은 더 심화되고 있다.”

잭 바튼 기자는 뉴스와 정보의 편향성과 함께 매체가 ‘디지털퍼스트’(웹, 모바일 등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자는 종이신문의 전략)를 추진함에 따라 심층보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퍼스트’는 종이신문을 내는 언론사가 디지털 시대에 독자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를 생각하자는 전략으로 시작됐지만, 점차 클릭수, 반응을 좇게 되면서 빠른 속도와 기사 수만 지향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잭 바튼 기자는 “여러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라이브 뉴스를 업데이트 하고 관련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진다. 그러면 뉴스를 생산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분석할 시간과 인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심층보도에서는 벗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완전한 중립성을 가진 사람은 없다. 양측 모두에 대한 가짜 뉴스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의견을 형성하는 데 그것이 매우 중요하고 언론은 두더지게임을 하듯 끊임없이 가짜 뉴스를 없애야 한다. 이런 작업을 언론이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잭 바튼 기자는 디지털 시대에 가짜 뉴스가 생산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언론은 어느 쪽의 가짜 뉴스든 없애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면서, 가짜 뉴스는 전쟁의 경우 불의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 가짜 뉴스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서 점점 1인 방송이나 사적 방송에 영역을 넘겨주게 됐다. 사실 관계 확인, 투명성 재고, 거짓을 밝히는 것은 지속돼야 한다”며, “이런 운동은 큰 전환의 시점이 돼야 한다. 이미 언론인들은 많은 신뢰를 잃었고, 이제 스스로 정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방송사에서 일할 당시, 2차 걸프전이 발발했다. 언론은 전쟁의 흥미진진함보다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위해 일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나 역시 유죄였다. 걸프전의 결정적 계기는 15살 소녀의 증언이었다. 그러나 이 소녀는 홍보 회사에서 고용한 쿠웨이트 대사의 딸이었고, 그 거짓에서 전쟁이 비롯됐다. 이 거짓 선전을 서방의 메인 매체가 적극 보도했기 때문이다.”

바튼 기자는 그동안 언론의 신뢰는 말도 못하게 무너졌고, 많은 이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 작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디지털 시대에 많은 허위 사실이 만들어지고 빠르게 유포되지만 그것을 확인하고 없애는 것을 위한 도구 역시 디지털 매체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양면성”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한 명이라도 죽었다면 러시아 침공의 정당성은 없다”

두 번째로 발제한 한국의 김영미 피디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동티모르 분쟁, 미얀마 민주화운동,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수많은 분쟁지역을 취재해 왔다.

김영미 피디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희생당해 시신 봉투에 담긴 수많은 죽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왜 저렇게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 제대로 묻히지도 못한 채 비닐에 담겨 있어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전쟁의 피해는 탱크와 전투기의 폭격과 같은 화면상의 문제가 아니라 더 광범위하고 구체적이다. 살던 집과 같은 재산을 잃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도 전쟁의 폭력”이라고 말했다.

“어른들의 전쟁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한다. 전쟁이 났으니 당연히 못 가는 것이 아니며, 아이들은 당연히 학교에 가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서라도 전쟁은 멈춰야 한다. 일상의 파괴라는 큰 피해가 전쟁의 결과에는 계산되지 않는다.”

김 피디는 이러한 무고한 죽음과 미래 세대에 대한 폭력에도 전쟁이 이어지고 새롭게 벌어지는 것은 바로 언론과 세계 시민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긴다면 또 다른 전쟁이 준비될 것이며, 아무도 전쟁에 대한 국제법상 단죄를 받지 않는다면 모두가 전쟁을 옹호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미얀마 사태를 취재하고 미얀마 기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김 피디는 “미얀마 시민들이 자신들이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며, “어디에서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얼마든지 말하고 알릴 수 있다. 침묵보다는 전쟁의 폭력성을 말하고 미얀마뿐 아니라 시리아에서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강력한 디지털 도구가 있지만 시민들은 더 깊게 침묵하고 있다. 디지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말하는 도구인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충분히 이용해서 전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희생, 아픔을 공감하고 공유한다면 우리 저널리즘, 세계 시민의 평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누구의 아버지, 딸, 친구일 수 있는 수많은 이를 위해 같은 인간으로서 인류애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함께 하자.”

“디지털 세계, 국경을 뛰어넘는 언론의 자유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세드릭 알비아니 지부장(국경 없는 기자회 동아시아지부)은 “언론의 자유는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도구다. 사실 전달은 언론의 임무이고, 사실이 없으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정부의 통제는 막대한 권력이 된다면서, “정보에 대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이 없으면 선전, 홍보, 광고일 뿐이며, 저널리즘은 공익을 위해 사실을 근간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 검증이며, 독립적 저널리즘을 위해서는 사실 검증이라는 기본 과정을 거듭해야 한다.”

알비아니 씨는 “지난 30년간, 정부에 의해 언론인 1500여 명이 피살됐고, 500여 명이 억류돼 있다. 1500명이 피살된 상황은 전시가 아니라 평상시였다. 저널리즘과 민주주의는 긴밀하다”며, “독재국가의 정우 저널리즘을 국가 주도 선전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깨어 판단해야 하고 저널리즘에서 무엇이 빠져 있고 어떤 부분이 독립 언론을 저해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은 선전을 폭로하고 현장에서 허위 정보를 고발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전쟁 상황이 아니더라도 언론인에게는 또 다른 임무가 있는데, 국민이 벌어지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또 양측에서 전쟁을 피하도록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은 정치인, 기업인 등 전쟁으로부터 누가 수혜를 입는지 파악해야 한다. 전쟁은 늘 이익을 보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파악해 전달해야 한다. 충돌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사실의 실상, 특히 민간인 희생을 제대로 전해야 한다. 그리고 검열로 전달되지 않는 소식들을 보여 줘야 한다. 인간을 인간의 모습으로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은 상대방을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세드릭 알비아니 씨는 “언론의 자유에 대해 오해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의 자유, 원하는 대로 발언할 자유가 아니라, 시민이 정확한 언론 보도를 받을 권리”라면서, “결국 미디어를 보는 관점, 운영하는 시스템이 ‘공익’을 위해 가야 한다. 시민 역시 신뢰할 수 없는 보도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미디어를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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