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2등 시민으로 전락시키는 정책에서 온전한 한국인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여전히 생산의 도구로써만 여기는 이주민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장관 한동훈은 5월 20일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진화된 이민법제와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 사회와 지역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적재적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외국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는 이 말을 놓고 갑론을박에 빠졌다. 일부는 한국의 충격적인 출산율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정책이라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다른 이들은 이민자의 대량 유입으로 사회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동훈의 말은 반쪽짜리 이민정책에 가깝다. 이민정책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주민의 정착과 정주에 대한 비전은 없다. 그저 오랜 국내 이민정책의 기조를 다시 한번 반복했을 뿐이다. 즉 외국의 ‘우수 인재’는 노동자로 부려 먹고 돌려보낼 존재이지 우리와 함께 살아갈 시민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상 한국인으로 자라는 이주민 2세대에 대한 정책 부재

국내 이민정책이 이주민의 정착과 정주를 도외시하는 증거 가운데 하나는 이주민 2세대에 대한 외면과 정책의 부재다. 이주민 2세대(immigrant 2nd generation)는 이주민의 자녀 세대를 일컫는다. 이주민의 성공적인 정착의 결실은 새로운 나라에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 세대가 대를 이어 사회에 안착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민 국가에서는 이주민 2세대의 사회 적응을 그 이주민 집단의 성공적인 정착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로 삼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을 외면해 왔다. 지금까지 이주민 자녀들이 얼마나 많이 사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통계나 자료도 없다. 정부는 오직 한국인과 이주민 배우자로 이루어진 가정의 자녀, 즉 한국인의 피를 가진 ‘다문화 자녀’만을 시민으로 인정해 왔다. 한국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이주민 자녀는 다문화 정책 대상에서 제외해 온 이상한 다문화 정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다문화 자녀 외에도 이주 노동자나 미등록 외국인을 포함해 외국인만으로 이루어진 부부의 자녀, 재외 동포 부부의 자녀, 탈북민의 자녀들이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온 중도 입국 자녀와 국내 출생자, 한국 국적을 가진 이들과 외국 국적을 가진 이들을 포함한다. 극히 최근에서야 정부는 이들을 모두 포함하여 ‘이주배경 아동, 청소년, 청년’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2020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이주민 2세대는 약 5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다문화 자녀는 43퍼센트에 불과하다. 우리는 사실 나머지 57퍼센트의 이주민 2세대를 사실상 없는 사람으로 취급해 왔다. 절반 이상의 이주민 2세대는 다문화 정책의 밖에 놓여 있던 셈이다.

다행히도 이주민 2세대는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공교육에 편입되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영유아 예방접종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특히 다문화 자녀는 정부의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문화 자녀를 비롯한 이주민 2세대 아동과 청소년이 학교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고 내국인 학생과 어울려 성장하는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다문화 자녀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내국인 학생보다 학업을 중도에 중단하는 비율이 높다. 또한 내국인 학생보다 더 높은 비율로 학교폭력을 경험하고, 마찬가지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비율도 높다. 2018년 한 다문화 자녀 중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다 추락사한 사고는 그래서 상징적일 수밖에 없다. 나머지 이주민 2세대는 훨씬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상당수는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입국한 중도 입국 자녀의 약 3분의 1은 아예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보도된 바 있다.

제 15회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상영한 주제 영상 중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
제15회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상영한 주제 영상 중 한 장면에서 이주민 2세대 자녀에 대해 차별하지 말고 좀 더 마음을 열고 봐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법무부TV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암울하기만 한 그들의 미래, 이주민 2세대를 2등 시민으로 전락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주민 2세대 중에는 이제 성장해서 성인에 진입하는 인구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인구 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는 성인 이주민 2세의 인구가 2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민 선진국처럼 이들은 이주민 인구의 주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앞날은 그저 어둡기만 하다. 서구의 경우 이주민 2세대는 내국인에 비해 고용률은 낮고 실업률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려되는 점은 취업과 진학을 모두 포기하는 인구, 즉 니트(NEET)족의 비율이 내국인보다 높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주민 2세대는 사회취약계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국내 이주민 2세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다문화 자녀의 경우도 고등교육 진학률이 내국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 어려운 가정형편, 사회적 차별, 낮은 학업성취도가 이들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게다가 다문화라는 낙인은 취업과 사회 진출에서 이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다른 이주민 2세대는 훨씬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이들은 국내 체류마저 불확실하다. 상당수가 한국 국적이 없고 부모와의 동거로 체류허가를 받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독립적인 체류 자격을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하면 살아 본 적 없는 부모의 나라로 쫓겨날 수도 있다. 이들의 불안정한 체류 자격은 취업과 진학에 크나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많은 이들은 실업자로 전락하거나 노동 조건이 열악한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문화 사회의 화려한 수사 아래에서 이주민 2세대의 미래는 그저 어두운 잿빛일 뿐이다. 문화 다양성이니 문화공존이니 하는 허울 좋은 구호는 제발 집어치우길 바란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이주민과 그들의 자녀가 평등하게 살아나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이들의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특히 이 사회에서 사실상 한국인으로 자라나고 있는 이주민 2세대가 2등 시민으로 전락하지 않고 평등하게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손인서
비정규직 박사 노동자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소속.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주민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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