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 등,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 철회 촉구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 시민사회 단체들이 외국인보호규칙 개정령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5월 25일 법무부가 보호외국인의 인권 보호를 강화하고, 보호외국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 안전 보장과 현행 규정의 미비점 보완을 이유로 ‘외국인보호규칙’ 일부 개정령안 입법 예고를 했다. 이는 지난해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새우 꺾기(두 손과 발을 뒤로 결박한 자세)’ 등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에 대한 법무부의 후속 조치다.

외국인보호규칙에 따르면, '보호외국인'이란 보호시설에 보호돼 있는 외국인을 말한다. '보호시설'이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체류 기간이 지났거나, 국내법 등을 위반해 강제 퇴거 대상이 된 외국인이 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머무는 임시 시설이다. 

이날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개정안이 고문을 합법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규탄하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대책위에는 천주교인권위원회, 난민인권센터 등 전국의 이주 인권 단체들이 연대하고 있다.

이들은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외국인보호규칙의 내용을 보면 “발목 수갑 사용을 합법화하고, 보호의자 등 사지를 속박하는 위험한 장비를 추가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발목을 구속하는 장비는 ‘UN 피구금자 최저기준 규칙’상 금지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도 2006년 교도소 등 수용시설에서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어 이들은 “보호의자는 사지를 속박하는 장비로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도구며, 머리보호장비는 호흡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고, 얼굴을 압박해 심한 고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새로운 장비가 도입되면 외국인보호소에 가둬진 채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다치고 고문당할지, 또 이에 저항하면 얼마나 더 심각한 2차 가해가 벌어질지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우 꺾기 고문 사건에 대한 반성으로 나온 조치가 합법적 고문의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일 세계 난민의 날,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가 법무부의 개정령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 IW31 )
20일 세계 난민의 날,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가 법무부의 개정령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 IW31 상환 )

“보호장비는 현대판 신체형”
개정안, “보호장비의 남용, 더 많은 고문 합법화" 우려 

이날 강성준 활동가(천주교인권위원회)는 “보호장비를 고문 장비라고 부르는 것이 과장이 아니”라며, “머리보호장비는 얼굴을 심하게 압박해 피부에 물집을 잡히게 하고 숨 쉬기 어렵게 만들며, 발목보호장비는 수갑을 발목에 채우는 형태라, 걸음을 걷지 못하게 하고 발목에 상처를 낸다”고 설명했다.

또 보호대는 허리에 벨트를 채우고 여기에 수갑을 연결해 바짝 고정하는 것으로 양팔을 몸통에 밀착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그는 “소 측에서 잠시라도 해제해 주지 않으면 이런 상태로 목욕과 식사를 하고 용변을 봐야 하며, 잠을 잘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는 보호장비를 자해와 위해를 대비한 해결책으로 제시하지만 이는 오히려 자해나 위해 사건의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며, 보호외국인이 흥분했다는 이유로 보호장비를 쓰면 그 때문에 흥분 상태가 더욱 유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소 환경과 보호외국인의 처우를 개선하고 외국인의 권리도 내국인과 차별 없이 보장하며,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는 등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한재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이번 개정령안의 법 체계적 모순을 지적했다.

법무부의 이번 외국인보호규칙 개정령안에는 포승 폐지가 포함돼 있지만 이보다 상위법인 출입국관리법에는 외국인보호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호장비 종류로 여전히 포승이 명시돼 있어, 관련 법규에 대한 상위 법률을 하위 시행규칙 개정으로 폐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보호장비의 종류와 그 요건의 핵심 사항은 최소한 법률에 언급돼 있어야 하고, 그 범위 안에서 하위 시행규칙에서 구체적 내용을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도소에서 쓰는 장비의 종류와 요건은 ‘형집행법’에 정해져 있기에, 보호장비를 추가하려면 법무부 시행령이 아니라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출국 대기자들에게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 법무부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결정하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 주장처럼 외국인보호소에 특별히 사지를 구속하는 장비가 필요하다면 그 필요성과 의료적 적절성 등에 관해 공개적이고 전문적인 논의를 거쳐 입법적 결단을 해야 하는데, 이번 개정령은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법무부 안에서도 인권국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하고 기습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법무부가 이번 입법예고한 일부 개정령안에 나오는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사진 제공 = IW31 상환)<br>
기자회견에서 법무부가 이번 입법예고한 일부 개정령안에 나오는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사진 제공 = IW31 상환)

정부, 인권침해 인정했지만 새우꺾기 피해자에 재활 지원 전무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새우꺾기 등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 M 씨는 당시 족쇄에 의한 부상 흔적이 오늘까지도 남아 있다며 보호소에서 겪은 폭력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감옥에 있다가 천장이 뚫린 감옥으로 나왔다. 건강을 잃었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 우울증, 불면증 그리고 플래시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고문 피해자로 내가 받아야 할 어떤 재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9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던 M 씨가 보호소 독방에서 새우꺾기 자세로 격리된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자체 진상조사를 했고, 11월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모두 보호소의 인권침해를 인정했다.

법무부는 7월 4일까지 외국인보호규칙 일부 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고 밝혔으며, 통합입법예고시스템을 통해 의견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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