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정의 구현 노력 제대로 자리 못 잡아

유엔 특별보고관이 한국 정부에 과거 인권 유린 사건의 전면적 진실과 책임 규명, 배상의 시급한 해결을 촉구했다.

6월 8일 한국을 찾은 파비안 살비올리 '유엔 인권이사회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이하 특별보고관)은 15일 한국 일정을 마치는 기자회견에서 “방문하는 동안 식민지배, 전쟁, 점령, 근 40년간 지속된 권위주의 통치 기간에 겪었던 인권침해에 대한 피해자 증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7일간, 그는 과거사 관련 정부 부처,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 등을 면담하고, 국제인권법 상 피해자들의 진실, 정의, 배상 및 재발방지의 권리 이행실태를 조사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권위주의 정권 시기 살인, 고문, 실종, 성폭력 및 착취, 인신매매, 강제 노동, 자의적 구금을 포함 다수의 인권침해가 대규모, 정기적으로 이뤄졌으며,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화 이후 정부는 과거사 청산을 위해 노력했지만, 특정 범주의 희생자에게 제한된 형태로 배상이 이뤄졌을 뿐이라고 지적하며, 가해자에 대한 형사 기소, 치안 분야 개혁, 인권 위반과 관련된 문화 및 교육 분야 등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노력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 한 건의 비극도, 한 명의 희생자도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재발 방지는 지속 가능한 평화와 인권 보호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인정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구체적으로 진실규명 조치, 책임 등 분야별로 권고 사항을 밝혔다.

파비안 살비올리 유엔 특별조사관. (사진 제공 = 유엔 진실정의 특별보고관 방한 대응 인권시민사회모임)<br>
파비안 살비올리 유엔 특별조사관. (사진 제공 = 유엔 진실정의 특별보고관 방한 대응 인권시민사회모임)

그는 진실화해위원회 등 진상규명 활동이 있었으나, 물적, 인적 자원과 제한된 조사 임무, 조사 능력 제약 등으로 결과가 불충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안보나 개인정보 비공개를 이유로 피해자의 기록에 대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국정원, 경찰청, 내무부 등은 진상규명위원회가 기록을 무제한 열람하도록 해줄 것을 촉구했다.

책임에 있어서, 심각한 인권 침해의 가해자를 조사, 기소 및 제재하기 위한 책임 규명 절차에 착수하지 않아 국가나 가해자의 민형사상 책임이 거의 면제되고, 대다수 피해자 청구가 다뤄지지 않은 것도 지적됐다.

그는 피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법적 구체는 국가와 제도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재발 방지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제공하기 때문에 과도기적 정의에 필수적인 주춧돌이자 국제법상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범죄 수사, 기소 및 제재를 위한 기소 전략 수립을 권고했다. 

배상에 대해, 그는 국내에 과거사 피해자들이 소송 없이 보상을 받도록 하는 포괄적 법안이 없는 점, 보상을 규정한 법률이 있더라도 그 보상이 충분하지 않거나 피해자의 소송을 가로막고 있는 점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전적 보상과 더불어 재활, 심리치료 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완전하고, 신속하며, 효과적인 배상을 제공하기 위한 법체계를 구축하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사할린 조선인 학살 문제, 한국전쟁 등 제3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에 대해 관련 나라들이 기록 공개 등 피해자들의 진실, 책임, 배상, 추모를 위해 협력할 것도 권고했다.

특히 국제인권기구가 수차례 우려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개정 권고를 환기하면서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피해자들을 위한 정부의 효과적이고 긴급한 대응을 강조했다.

파비안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2023년 9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 방문 조사의 최조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함께하는 유엔 진실정의 특별보고관 방한 대응 인권시민사회모임은 특별보고관의 조사결과에 환영 입장을 내고 “한국의 과거사 인권침해의 참혹함과 피해자들의 진실, 정의, 배상 및 재발방지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조치 및 법제가 미흡하다는 것을 국제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파비안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2018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특별보관으로 임명되었으며, 특별보고관은 전 세계 각 나라의 과거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대응, 해결 노력 관련 자료 수집, 모범 관행 발굴 및 권고 제시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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