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처 = UCANEWS)

홍콩의 국가보안 경찰이 젠제키운 추기경 등을 “외세와 공모”한 혐의로 체포한 지 몇 시간 만에 보석으로 석방했다. 이들은 지금은 해산된 한 민주화운동 지원 단체와 연계가 있었다.

젠 추기경(90)은 지난 11일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마거릿 응, 가수이자 활동가인 데니즈 호, 퇴직 교수인 후이포컹과 함께 체포됐다.

같은 혐의를 받은 사이드 호 전 의원은 이미 다른 사건으로 수감된 상태다.

홍콩 경찰은 성명을 내고 경찰 국가보안부가 남성 2명과 여성 2명을 “외세와 공모”한 혐의로 10일과 11일에 체포했으며, 이들은 외국에 홍콩 행정부를 제재해 달라고 요청한 혐의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모두 보석했지만 국가보안법에 따라 여권은 압수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젠 추기경은 그의 주거지와 가까운 차이완 경찰서에서 몇 시간 심문받은 뒤 석방됐다. 그는 경찰서를 떠날 때 대기 중이던 기자들에게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체포됐던 5명은 모두 “612 인도적 구호기금”의 이사였다. 이 단체는 지난 2019년에 홍콩을 휩쓸었던 민주화운동 시위 중에 과격한 진압으로 다치거나 체포된 이들을 돕고 보살폈다.

이 단체는 2021년에 이 단체를 후원하던 한 회사가 폐업한 뒤 해산됐다. 이 회사는 한 후원용 은행 계좌를 열어 기부금을 모아 이 단체에 전달했으나, 중국이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상세한 업무 내용을 당국에 제출할 것을 요구받았고, 이어 폐업을 강요받았다.

홍콩의 가톨릭 신자들과 시민들은 민주화운동을 놓고 찬반으로 갈려 있으며, 저명한 언론사주인 지미 라이와 같은 가톨릭 인사들을 비롯해 수많은 민주화운동 지지자들이 체포, 투옥된 상태다.

(왼쪽부터) 조셉 젠 추기경과 마거릿 응, 후이포컹 교수, 가수 데니즈 호가 2021년 8월 18일 홍콩 살레시안 선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민주화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612 인도주의적 구호기금이 폐쇄된 것을 알리고 있다. (사진 출처 = UCANEWS)
(왼쪽부터) 조셉 젠 추기경과 마거릿 응, 후이포컹 교수, 가수 데니즈 호가 2021년 8월 18일 홍콩 살레시안 선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민주화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612 인도주의적 구호기금이 폐쇄된 것을 알리고 있다. (사진 출처 = UCANEWS)

젠 추기경은 2020년 6월에 국가보안법이 전격 실행된 뒤 체포된 최고위 가톨릭 지도자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홍콩의 행정수반은 또한 저명한 가톨릭 신자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다.

젠 추기경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열렬한 지지자로 홍콩 사회에서 유명하며, 시진핑 주석하에서 갈수록 권위주의가 강화되는 것을 강력히 비판해 왔다.

이에 홍콩의 행정부와 친중 언론들은 그에 대한 압박을 가중해 왔다.

올해 초 홍콩의 친중 신문인 <대공보>는 명백히 젠 추기경을 겨냥한 4건의 글을 싣고, 그가 성직자의 지위를 악용해 반중 활동에 참여해 왔으며 “홍콩에서 혼란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젠 추기경 등의 체포에 세계 곳곳에서는 걱정과 비난이 쏟아졌다.

홍콩에서의 정치적 갈등과 민주주의 쇠퇴에 대해 대체로 침묵을 지켜 왔던 교황청은 이번 체포에 대해 우려의 뜻을 밝혔다.

교황청의 마테오 브루니 공보실장은 기자들에게 “성좌는 젠 추기경의 체포 소식을 걱정 속에 알게 됐으며 사태의 추이를 극도의 관심 속에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인권 감시 단체인 홍콩 워치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를 개탄했다.

“우리는 이 활동가들의 체포를 단죄한다. 이들의 범죄라는 것은 2019년 민주화 시위대에 법률 구조를 제공하는 데 자금을 댔다는 것이다. 오늘 이들의 체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중국이 홍콩의 기본권과 자유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의도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성명을 낸 홍콩 워치의 사무총장은 <아시아가톨릭뉴스>에 글을 쓰는 필자이기도 하다.

유럽의회 의원이자 전 국제공화당연구소장인 미리암 렉스만도 체포를 비난하고 홍콩 정부와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을 제재할 것을 촉구했다.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용감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이제는 90이나 된 젠 추기경과 612 인도적 구호기금 이사들의 체포 소식은 충격적이며 역겹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지도자들과, 존 리를 비롯한 여러 홍콩과 중국 공산당 관료들은 자신들이 홍콩 인민들을 위협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런던에 있는 반노예제 운동단체인 “어라이즈” 소속의 루크 드 펄포드는 교황청이 이제 홍콩의 소요 사태에 대한 침묵을 깨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주 슬프다. 위대한 사람인 젠 추기경이 체포된 것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홍콩의 자유 탄압에 침묵을 지켜온 것을 깨기에 충분할까? 기대하진 말라.”

홍콩 법조계에서 일하는 에릭 얀호라이는 젠 추기경의 체포를 1950년대 중국 본토 상하이에서 궁핀메이 추기경이 공산주의자들에게 굴복하기를 거부하다가 투옥된 것에 비교했다.

미국의 댄 리핀스키 전 하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을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이 90살이나 되는 젠 추기경을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체포하는 것을 보면 그를  겁내는 것이 아주 분명하다. 세계가, 대다수가 침묵 속에,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이 민주적 홍콩을 접수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cardinal-zens-arrest-in-hong-kong-sparks-global-outrage/9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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