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날아든 <매일신문> 매각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1950년 10월 1일부터 72년 동안 운영해 온 <매일신문>은 대구, 경북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대표적인 정론지 가운데 하나다. 6.25전쟁 와중에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남선경제신문>을 인수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 진리를 전해 이 세상을 밝게 하고 인류를 구원하려는 교회의 사명을 신문의 사명으로 삼아 정론을 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1955년 9월 13일자 신문 사설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로 인한 필화 사건은 너무나 유명하다. 다음 날인 14일 국민회와 자유당 경북도 간부 20여 명이 <매일신문> 본사를 습격해 사원들을 폭행하고 인쇄기를 파괴하는 백주 테러 사건을 벌였다. 사설을 쓴 당시 주필 겸 편집국장 몽향 최석채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매일신문>은 이에 굴하지 않고 가톨릭출판사에서 임시 인쇄한 타블로이드판으로 신문 제작을 이어가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독재정권에 맞섰다. 최석채 주필이 이듬해 5월 8일 대법원에서 김병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 합의로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사건은 끝났다. <매일신문>은 이후에도 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2.28대구학생의거에 앞장섰고, 2.28학생의거 기념탑 건립도 주관하는 등 이 땅의 민주화와 지역 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했다.

그러던 <매일신문>이 지나치게 정파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만평을 싣고, 최근 전두환 씨 49재 때는 극락왕생을 비는 광고를 게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신문이 불공정하고 진실되지 못할 때 독자와 시민은 외면하기 마련이다. 이어지는 경영 악화는 당연한 결과다.

(이미지 출처 = 매일신문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 매일신문 홈페이지)

<매일신문> 매각을 결정한 지난 11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여운동 사장 신부가 18일 첫 출근해 소집한 실,국장회의에서 밝힌 발언은 <매일신문>의 경영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교구에서 신문사에 대한 투자 여력이 전혀 없고 교구 내에서 종교단체가 신문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이 있었다.”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도 다음 날인 19일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함께 민주화의 성과를 이루었으며 지방 언론도 과거에 비해 많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에 더 이상 천주교회에서 일반 언론사를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일반 언론의 일은 시민사회로 환원하고 교회는 하느님 나라 건설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매일신문의 매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눈부신 디지털 혁명 시대에 종이 신문의 쇠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신문과 방송 등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처절하다. 그러다 보니 돈이 되는 일이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덤빈다. 과도한 정파성이나 상업주의가 넘쳐난다. 정치권력의 손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으나 자본 권력이 한국 언론을 완전히 장악했다.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신뢰도 추락 → 독자, 시청자 외면 → 경영 악화라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위의 교구장 말씀이나 신임 사장 신부의 발언에서 <매일신문>도 이런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본 권력에 백기를 든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나는 대구대교구 출신 언론인으로서 어린 시절 <매일신문>은 우리의 자랑이며 자부심이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서울신문>도 지난해 건설 자본인 호반건설에 팔려가 마음이 무겁던 차에 <매일신문> 매각 소식까지 전해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저 악순환의 고리를 뒤집어 보면 신뢰도 회복 → 독자, 시청자 복귀 → 경영 정상화라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문제는 저널리즘의 회복이다. 클릭수에 따라 돈을 버는 유튜브와 인터넷 매체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은 더욱 절실한 과제다.

더구나 하느님 말씀으로 세상을 구원해야 하는 사명을 지닌 교회와 진실로써 세상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는 사명을 받은 언론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말씀이신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인류 구원을 위해 세우신 교회는 원초적 언론이라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말씀하셨다.(1987년 홍보 주일 특별 강연에서) 교회와 언론은 바로 이 말씀 위에 세워졌기에 사명 또한 비슷하다. 그래서 교회는 언론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역대 교황들께서도 언론, 즉 매스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비오 10세 교황께서는 당시 매스미디어의 총아였던 출판물을 살리기 위해서라며 “나의 교황 목장, 제구, 기타 재산 일체를 아낌없이 팔겠노라”고까지 하셨다.

이어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에서는 매스미디어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교서나 교황 담화 수준에서 공의회 문헌인 '매스미디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로 격상시키면서 매스미디어의 선용과 복음 전파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이 교령 13항은 “교회의 자녀들은 시대와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매스미디어를 지체없이 여러 가지 사도적 활동에 효과 있게 사용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교회의 본질과 가르침, 사명을 생각하면 <매일신문>의 매각은 잘못된 결정이 아닌가 여겨진다. 더구나 사원들이나 노동조합 관계자들도 모르게 밀실에서 결정된 매각이라니 더욱 놀랍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뇌와 토론이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진리의 말씀, 정의의 말씀, 사랑의 말씀을 전하는 언론이 절실한 이때 전해진 <매일신문> 매각 소식은 못내 아쉽고 슬프다.    

최홍운(베드로)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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