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경 수녀(노틀담 수녀회), 구화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 인터뷰

오르프 교육을 진행하는 노틀담오르프연구소에 다양한 악기가 있다. 권현경 수녀는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탬버린만으로도 훌륭한 수업 도구가 되며, 특히 우리 몸 자체가 위대한 악기라고 말했다. ⓒ배선영 기자<br>
오르프 교육을 진행하는 노틀담오르프연구소에 다양한 악기가 있다. 권현경 수녀는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탬버린만으로도 훌륭한 수업 도구가 되며, 특히 우리 몸 자체가 위대한 악기라고 말했다. ⓒ배선영 기자

“페루의 도시 빈민들이 있는 외곽에서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 길을 가다가도 총으로 위협당할 정도로 각박한 곳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음악과 춤이 있을 때만은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어요. 이렇게 마음이 안정되고 힐링이 되는 프로그램을 찾던 중에 우연히 오르프를 만났고, ‘이거구나!’ 싶었어요.”

8년간 페루에서 선교하고 지난해 2월 한국으로 돌아온 구화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성소 담당) 그는 카리스마와 재능이 넘치는 사람이 이끌고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수업이 아닌 함께 리듬을 타고, 노래하고, 연주하고, 움직이는 즉흥적이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에 매료돼, 권현경 수녀(노틀담오르프연구소장)와 청년 직장인을 위한 오르프 슐베르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오르프 슐베르크는 독일의 카를 오르프(1895-1982)와 구닐트 케트만(1904-90)이 확립한 교수법으로 기초 음악과 무용을 기반으로 한다. 음악, 무용, 드라마 지도자였던 카를 오르프는 모든 인간이 음악적, 예술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이 잠재력을 깨우는 데 초점을 뒀다.  오르프 교육은 말 리듬, 노래, 신체 악기, 움직임과 무용 등의 요소를 활용해 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체험하는 과정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예술성을 비롯해 협동심, 창작적인 즉흥 훈련으로 인간 감정을 최대한 표현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오르프 교육을 진행하는 노틀담오르프연구소에 다양한 악기들. ⓒ배선영 기자<br>
오르프 교육을 진행하는 노틀담오르프연구소에 다양한 악기들. ⓒ배선영 기자

한국오르프슐베르크협회의 회장이기도 한 권현경 수녀는 오르프 교육이 “사람이 가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끄집어내 준다. 리듬을 가지고 놀거나 몸을 움직이고, 악기를 ‘마음대로’ 연주하고, 미술도 하고, 동화책을 춤이나 음악으로 바꿔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몸 자체가 위대한 악기, 도구라는 걸 배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하나로도 다양하게 놀 수 있다. ‘안녕하세요’를 아주 크게 말하거나 점점 작게 혹은 점점 크게 혹은 반복하면서 여러 사람이 리듬을 타고, 여기에 다양한 악기 그리고 움직임이 더해지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연주하고 춤을 추고 있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네?!’라고 깨닫고, 몰랐던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이렇듯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에, 어떤 이는 “피정을 한 기분”이라고 느낀다. 구화 신부도 “그 사람 안에 이미 있는 훌륭하고 좋은 것이 오르프를 통해 나타난 것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 오르프 수업을 하는 모습. 오르프 슐베르크는 말 리듬, 노래, 신체 악기, 움직임과 무용 등의 요소를 활용해 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체험하는 과정 중심의 예술교육, 예술 활동, 교수자료집의 통칭이다. (사진 제공 = 구화 신부)
실제 오르프 수업을 하는 모습. 오르프 슐베르크는 말 리듬, 노래, 신체 악기, 움직임과 무용 등의 요소를 활용해 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체험하는 과정 중심의 예술교육, 예술 활동, 교수자료집의 통칭이다. (사진 제공 = 구화 신부)

한국오르프슐베르크협회는 독일 오르프 재단에서 인정하는 한국 유일의 단체며, 권 수녀가 2025년까지 협회장을 맡는다. 이 협회는 오르프 교육을 하는 5개 연구소를 한데 아우르며, 그 가운데에는 노틀담오르프연구소도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오르프 교육을 소개하고 도입한 이는 한국오르프슐베르크협회의 초대 회장인 황자연 수녀다. 황 수녀는 70년대 초반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에서 오르프 인스티튜트 과정을 밟고 와 세미나를 열고, “울프기초음악의 길잡이”(1977) 등을 냈고, 2004년 노틀담오르프연구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오르프 교육을 펼쳤다. 지금은 모차르테움 대학, 오르프 인스티튜트에서 배운 권현경 수녀가 연구소를 맡고 있고, 또 다른 후배 수녀도 같은 곳에서 석사 공부 중이다.

이렇듯 수녀회에서 대를 이어 오르프 교육을 사도직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느님의 좋으심과 섭리적인 돌보심을 다른 사람에게 증거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에 참여한다”는 노틀담 수녀회는 영성을 오르프 교육을 통해 발휘한다. 권 수녀는 오르프 교육 안에서 ‘섭리적인 돌보심’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살피며, 사람들은 예술이 주는 기쁨과 충만함을 느끼고, 나아가 이 기쁨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틀담오르프연구소에서 구화 신부(왼쪽)와 권현경 수녀. 두 사람의 가운데 카를 오르프와 구닐트 케트만 사진이 있다. ⓒ배선영 기자
노틀담오르프연구소에서 구화 신부(왼쪽)와 권현경 수녀. 두 사람의 가운데 카를 오르프와 구닐트 케트만 사진이 있다. ⓒ배선영 기자

노틀담오르프연구소는 2008년부터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가족 프로그램 열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외에도 지도자 과정,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초등학교, 본당 주일학교 캠프에서도 오르프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한 권 수녀는 이전부터 대안학교 등에서 음악을 가르쳤다. 나름 재미있게 수업했다고 자부했던 그는 오르프를 알게 되면서 ‘진즉에 알았다면 정말 신나게 수업을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이 교육의 소재예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을 포함해 ‘우리’를 보게 하는 것.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걸 배울 수 있어요.”

“지금 교육에는 ‘잘한다, 못한다, 맞다, 틀리다’만 있잖아요. 우리 수업에는 정답이 없어요. 1+1이 5나 0이 되기도 해요. 즉흥적이어서 오히려 재밌죠. 잘하고 못하고도 없어요. ‘잘한다’는 표현은 ‘멋있다’로 바꿔요.”

“음악가나 무용가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노틀담오르프연구소에서 구화 신부(왼쪽)와 권현경 수녀. 두 사람의 가운데 카를 오르프와 구닐트 케트만 사진이 있다. ⓒ배선영 기자
노틀담오르프연구소에서 구화 신부(왼쪽)와 권현경 수녀. 두 사람의 가운데 카를 오르프와 구닐트 케트만 사진이 있다. ⓒ배선영 기자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너른 공간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들썩였다. 구화 신부는 오르프를 알게 된 뒤 무엇이라고 규정짓기 더 어려워졌지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오르프로 놀아 봅시다!”라고 외쳤다. 언제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소리를 내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말 신나게 놀아 보고 싶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도 했지만, 오르프 교육은 침체 상태다. 어려운 시기 예술이나 철학은 사람들 관심 밖에 있다. 권 수녀와 구 신부는 이렇게 각박할수록 치유와 힐링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청년 직장인을 위한 ‘오르프와 함께하는 쉼, 움직임’ 프로그램을 3월부터 6월까지 세 차례 마련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성골롬반외방선교회(02-924-3048)로 문의하면 된다. 오프르 슐베르크를 더 알고 싶으면 노틀담오르프연구소 인스타그램(@notredameorff.official)과 다음 카페에서 교육 프로그램 안내 등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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