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무속이 노골적인 대선이 되었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이번 대선이 “이성과 공익의 상실, 그로 인해 민주주의와 공동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며 정의로운 선거를 촉구했다.

사제단은 7일 전주 치명자산 평화의 전당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시국기도회를 열고, 천주교인 1만 5867명의 호소가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이성과 신앙,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제목의 이 호소문에는 평신도 1만 2671명, 수도자 2186명, 사제 1010명이 뜻을 같이했다.

호소문에서 사제단은 대선을 앞두고 시민들의 이성적 판단과 공정한 숙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과 검찰, 법원을 거세게 비판했다.

또 직접 윤석열 후보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어째서 무속이 노골적인 대선이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번 대선은 이성적 평화 세력에게 미래를 맡길 것인가, 아니면 주술 권력에 칼을 쥐어 줄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 씨가 무속인에게 의존한다는 논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윤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에 대해서도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그래서 얻어지는 결과라야 진짜 평화라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심란하다”며 “종전, 평화체제로 발전시키려던 노력을 무너뜨리려는 것인지” 불안해했다. 그러면서 모든 후보에게 오랜 세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바쳐 온 한국 천주교회의 기도를 무시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윤 후보는 “말로 외치는 평화가 아니니 힘을 통화 평화를 구축하겠다”며 선제타격 능력 확보, 최근에는 사드 추가배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강론하는 김인국 신부(청주교구). (이미지 출처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튜브 채널 동영상 갈무리)
강론하는 김인국 신부(청주교구). (이미지 출처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튜브 채널 동영상 갈무리)

이날 김인국 신부(청주교구)는 강론에서 (대통령으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안 된다고 강조하고, “박종철 고문치사의 진실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전두환의 철권통치에 타격을 가했던 우리 사제단은 고문과 조작을 일삼던 안기부의 유령이 지금은 검찰청 어느 구석에 꽈리를 틀고 있는 걸 본다”며, “평생 사람을 잡는 일에만 몰두했던 사람이 과연 사람을 살리고 구하는 데 최상의 적임자일까”라고 물었다.

김 신부는 정권교체가 답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한다며 “사실 민주당은 시민들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고, 집권 세력이 되었기 때문에 절실함이 없다. 그들로서는 촛불 흉내나 내면서 기득권을 유지하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미처 응징하지 못한 것은 촛불 시민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의 책무는 해방 이후 친일 세력을 포함해 기득권 세력이 총 집권한 이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라며, “적폐 청산이라는 과제를 무산시킨 자들에게 권력을 넘기고 새로운 무엇을 기대한다는 게 과연 이성적인 행동”인지 물었다.

그는 “자신을 내던져서 전체를 위한 밑거름이 될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잘못 뽑으면 그가 우리를 뽑아버릴 것이다. 자기를 바칠, 기꺼이 뿌리 뽑혀 나갈 정도의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대선을 앞두고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이미지 출처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튜브 채널 동영상 갈무리)<br>
7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대선을 앞두고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이미지 출처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튜브 채널 동영상 갈무리)

한편, 같은 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대한성공회, 한국정교회 등이 공동으로 ‘한국교회 성도님들에게 드리는 목회 서신’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구생명공동체에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을 대통령, 정의의 길을 선도할 대통령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또 전쟁을 부추기거나 찬양하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며, 한반도를 평화의 길로 인도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도자를 선출하는 기준은 무속의 주술적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가치”라고 강조하고, “생명과 정의와 평화라는 복음의 공적 가치를 가지고, 주권재민의 민주적 신념 위에 굳게 서서,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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