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30분, 광화문 광장에 사람들이 모인다.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하나둘 모인 이들은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를 하고 광화문 사거리 건널목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가급적 시민들 통행에 방해되지 않고, 오가는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선다. 기후 피켓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애써 외면하는 사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문구를 읽는 사람,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 조용히 다가와 “저도 가톨릭 신자입니다. 응원합니다” 말하는 사람. 엄지손가락을 들고 미소짓는 사람. 지난주에는 지나가던 할머니가 피켓을 든 수녀님에게 5만 원 지폐를 몰래 주시곤 사라졌다. 2020년 4월 성금요일에 시작한 이 기후 피케팅에 모인 이들도 다양하다. 20대 청년에서 70대까지. 매주 참여하는 칠순 넘은 카타리나 할머니가 계신다. 할머니는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하신다. 피켓에는 “기후위기, 생태위기, 지구를 살리자. 가톨릭기후행동”이라고 적혀 있다.

처음 한 시간 동안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태극기 할아버지와 유튜버들에게 초상권 침해 등을 경고하며 일일이 대응해야 했고, 때론 그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피케팅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그리고 잠잠해지면 묵주를 들고 기도한다. 기후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 지구를 위해. 기후위기로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기후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피조물 동식물을 위해.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자본의 회개와 전환을 위해. 끝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오늘도 피켓을 들고 서 있을 전 세계 기후 활동가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성모님께 기도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모인 이들의 모습은 마치 예언자들 같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평화를 선포하는 이의 저 발!”(이사 52,7) 매주 금요 기후행동에 나서는 카타리나 할머니는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환경은, 지구는 각 세대가 빌려 쓰는 것으로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찬미받으소서', 159항) 카타리나 할머니는 그 세대의 책임과 사랑을 알고 계시다.

(사진 제공 = 맹주형)
2022년 새해 첫 광화문 금요기후행동에 참여한 신자들. (사진 제공 = 맹주형)

임인년 새해다. 새해를 앞둔 지난 12월 16일 필리핀 슈퍼 태풍 ‘라이’로 기후위기 상황을 실감하며, 결국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이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임을 다시 확인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 우리나라 대선 후보들은 그 대안으로 핵발전을 말한다. 윤석열 후보는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탈핵 정책 때문이라며 탈핵 정책 폐기와 백지화된 핵발전소 재추진을 말한다. 이재명 후보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철회하겠다고 한다. 기후위기 대안이 핵발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탄소배출이 만든 이상기후는 핵발전, 핵사고의 위험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핵발전은 잦은 태풍, 폭우, 폭염, 해수면과 해수 온도 상승에 취약하고, 핵발전 가동 중지 등 핵사고 우려 상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난 금요일이면 광화문에 설 것이다. 광화문에 모인 우리는 기후위기 피켓을 들고, 지역주민의 피와 눈물을 타고 흐르는 핵발전 전기를 막고, 소성리의 평화를 기도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갈등과 무관심이라는 딱딱하게 굳어 척박해진 땅을 갈아엎는 일이기 때문이다. (2022년 세계평화의 날 담화) 우리는 매주 금요일 광화문에서 기도와 세대 간의 대화로 함께 땅을 갈아 평화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평화의 장인이 될 것이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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