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

백신 보급으로 이제 끝이 날까 싶었던 코로나 대유행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일상 회복의 기대는 섣부른 꿈이 되어 버렸다. 2년 가까이 지속하는 코로나는 노년층에 특히 치명적이었고 전국의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코로나 방역 전쟁의 최전선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요양기관의 노인을 돌보는 간병인 다수는 내국인이 아니다. 중국 동포, 그 가운데에서도 여성 중국 동포들이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취약한 노인을 돌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존재는 대유행 초기 바이러스 전파자로서 언론과 대중의 비난을 들어야 했을 뿐 이주민이 우리의 돌봄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은 눈을 감고 있다.

지금 한국은 돌봄의 위기다. 노인 인구의 비중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 노인뿐인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울 사람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가족의 여성 배우자, 며느리, 혹은 딸이 부모와 아이의 부양을 떠맡았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은 남성들과 함께 돈을 벌기 위해 모두 집 밖으로 나간다. 그럼에도 남성들의 가사 분담 노력은 더디기만 했고 정부의 복지 정책은 거북이 걸음이다. 게다가 병원의 간호 인력 부족으로 환자 간병은 계속해서 가족의 책임으로 남아 있다. 누군가 우리를 돌볼 사람이 필요했고 이주민이 때로는 노동자로서, 때로는 우리의 가족으로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중국동포 없이 간병이 힘든 병원

드라마에서 ‘조선족’ 설정의 간병인이 등장하는 것이 이제 전혀 낯설지 않을 만큼 중국 동포는 국내의 가사, 아동, 노인 돌봄을 떠맡고 있다. 정부는 돌봄 일의 특성상 내국인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여 재외동포에게만 가사·간병 일을 허용하였고 국내 재외동포 중 절대다수인 중국 동포들이 이 일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들은 요양병원, 요양원, 혹은 가정에서 간병인 혹은 요양보호사라는 이름으로 노인을 돌보고 있고, 종합병원에서는 간병인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우리의 옆집에서 가사 도우미나 육아 도우미로 아이들을 키우거나 살림살이를 돕고 있다. 중국동포 돌봄 노동자의 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된 적은 없지만, 전체 간병인 중 약 절반 이상이 중국동포라는 보도를 고려하면 그 수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중국동포 간병인 없는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은 상상할 수 없다.

중국동포가 우리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요양보호사나 보육교사가 아닌, 대부분 노동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간병인, 가사 도우미, 육아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중국동포 돌봄 노동자는 내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흔히 24시간 대기를 하며, 식사 및 휴식 시간의 보장도 없으며, 정기 휴일도 없이 일을 한다. 게다가 24시간 환자 혹은 집주인과 상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성희롱이나 폭언,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복지제도가 미처 포괄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곳에서 중국동포는 저임금의 고된 노동을 감수하면서 일하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국제결혼과 저임금 이주민으로 돌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이주민은 노동자로서 돌봄의 공백을 메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주민은 가족의 일원으로 돌봄의 역할을 대신한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결혼으로 이루어진 ‘다문화 가정’의 대부분은 외국인 배우자가 여성이다. 이들은 한국 가정에서 여성으로서 출산과 자녀 양육, 그리고 부모 부양의 의무를 떠맡는다. 다문화 가정은 높은 비율로 도시와 농촌의 저소득층을 차지한다. 복지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이들 가정에서 이주민 배우자는 우리 대신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을 책임지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몇몇 조사에서 외국인 배우자를 선택한 이유로 ‘배우자가 순종적이고 부모를 잘 모실 것 같아서’라고 응답한 한국인 배우자가 약 40퍼센트에 달하였다. 이는 한국인 배우자가 결혼이주여성에 갖는 기대가 단순히 결혼을 넘어서 가족 구성원의 돌봄 역할에 있음을 잘 보여 준다. 많은 결혼이주여성은 주로 가난한 동남아시아 출신이다. 동남아시아 여성에 대한 우리의 선호는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이라는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가 반영되어 있다.

미디어 역시 결혼이주여성의 돌봄 책임을 끊임없이 확산하고 있다. <EBS>의 ‘다문화 고부열전’은 다문화 가정에서 시부모와의 동거를 배경으로 갈등과 화해를 다룬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부모와 동거하는 다문화 가족만을 보여 주면서 결혼이주여성의 가족 돌봄 의무를 당연시한다. 우리의 경우 시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관념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지만, 유독 결혼이주여성에게 이를 강요하는 태도는 이주여성을 가정 내 돌봄 ‘노동자’로 간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다문화 가족이 시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내국인의 약 2배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다른 어느 국가보다 빠른 한국의 고령화와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는 돌봄의 문제를 단순히 가정 내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인 문제로 바꾸어 놓았다. 우리의 복지제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국제결혼과 저임금 이주민으로 메꾸어 놓은 지금의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돌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민을 착취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의 위기를 사회 전체가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돌봄 서비스를 사회가 책임지면서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손인서
비정규직 박사 노동자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소속.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주민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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