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실패 신앙의 실패

시간 참 빠르다는 탄식과 함께 올해도 어김없이 대림 첫 주간이 찾아왔습니다. “눈물 같은 시간의 강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이라는 노랫말처럼 시간은 추억을 남기고 흐릅니다. 새로운 대림 제1주일을 맞아 종말과 심판, 실패와 희망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성경에서 묘사하는 이스라엘 역사는 수천 년간 강대국의 침략과 압제로 요약됩니다. 기원전 1250년 부근 이집트 종살이부터, 바빌로니아 제국, 아시리아 제국, 페르시아 제국, 그리스 제국을 거쳐 로마제국의 치세에 이르는 역사가 이를 잘 이야기해 줍니다. 기원 후 70년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는 비극은 그런 아픈 역사의 정점이었습니다. 이때 이스라엘 인구의 25퍼센트인 60만 명 가량이 죽고 많은 이가 노예로 끌려갔다고 하니 참으로 참혹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역사적 차원에서 보여지는 패망이라는 현실의 실패, 그들이 선택받음 민족이었음에도 참된 믿음을 갖지 못했다는 신앙의 실패가 교차합니다.

갈기 없는 수사자 라이언! 지금도 인기가 많지요?<br>말없이 누군가를 위로하고,<br>다른 친구들을 잘 챙기는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br>이 라이언이 오늘따라 저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br>“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괜찮아질 거야!<br>너 이미 사랑 많이 받고 있어!”<br>이 말처럼 우리가 받은 것에 감사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br>그게 행복을 위한 길이고요! ©이주형<br data-cke-eol="1">
갈기 없는 수사자 라이언! 지금도 인기가 많지요?
말없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다른 친구들을 잘 챙기는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라이언이 오늘따라 저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괜찮아질 거야!
너 이미 사랑 많이 받고 있어!”
이 말처럼 우리가 받은 것에 감사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그게 행복을 위한 길이고요! ©이주형

패배보다 무서운 건?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러한 실패들은 가까이 있습니다. 우리 역시 자주 실패를 경험하곤 합니다. 두렵고 힘든 일을 겪곤 합니다. 원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고, 경쟁에서 패배, 시험에서 낙방, 금전적 물질적 손해를 입었을 때 열심히 해왔던 것이 허무하게 물거품이 되고 목적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지요. 이런 것뿐 아니라 상실에서 비롯되는 패배감도 큽니다. 헤어짐과 실연의 아픔도 있고 내가 병을 얻어 몸이 아프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하고 또한 누군가에게 조롱과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때 느끼는 기분은 바로 모욕과 패배감입니다. 그런데 패배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패배감입니다. 왜입니까? 패배라는 한 사건을 넘어 그 감정은 우리로 하여금 단념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끝났다고 생각하게 하고, 더 이상은 희망이 없다고 여깁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체험하는 종말이 아닐까요? "끝났고 이젠 아무런 의미와 희망이 없어" 하는 것이 진정한 종말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

아까 그 노래의 제목은 ‘언젠가는’(이상은, 1993)입니다. 이 곡은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라고 시작하며 언젠가 다시 만날 희망을 노래합니다. 종말과 패배 속에서 희망과 새로움은 잘 안 보이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불신과 아픔, 원망과 슬픔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먼 길도 천천히 돌아가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듯 새로움을 위해선 새로운 행동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성찰과 반성, 새로운 마음가짐, 변화되려는 의지와 이를 실천할 행동과 노력이 요청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하느님께 대한 신뢰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물고기와 빵의 기적 이야기는 사람들이 배불리 먹는 기적을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아니라 빵과 기적만을 바란다고 전합니다. 우리의 삶이 이와 같아선 안되겠습니다. 비록 어렵고 힘든 순간일지라도 나를 이끄시는 주님이 계심을 체험하고 그분께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럴 때 실패와 종말은 두려고 무서운 것만이 아닌 우리 삶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 사랑과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행복한 사람, 평화의 사람,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는 멋진 사람입니다. 대림 제1주일을 시작하며 우리 모두가 그렇게 멋진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우리 모두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십니다. 함께 기도합시다. 마음을 모아. 그렇게 되도록. 아멘.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끝으로 우리는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권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더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1테살 4,1)

오늘로 이주형 신부의 강론 연재를 마칩니다. 1년간 강론을 집필해 주신 이주형 신부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이주형 신부(요한)

서울대교구 성서 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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