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성령 강림 대축일) 사도 2,1-11; 1코린 12,3ㄷ-7.12-13; 요한 20,19-23

부활 시기를 마무리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부활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지난 시간들 중 부활 대축일의 복음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주님 부활이 순간을 복음은 어떻게 전했는지부터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큰 내용은 알지만 복음 사가들이 그 순간을 어떻게 증언했는지 세세하게 살펴보기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어 복음을 읽어 보았습니다.

파스카 성야 미사에는 가, 나, 다 전례력에 맞게 공관 복음이 배치되는데 올해는 마르코 복음이 배치되었지요. 그리고 대축일 낮미사에는 고정적으로 요한 복음이 등장합니다. 그렇게 마르코 복음과 요한 복음이 전하는 주님 부활의 순간을 다시 한번 마주하던 중 저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구절이 있었습니다. 주님의 죽음 후 그분께 향료를 발라 드리려고 가던 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는 주님 무덤 앞에 있는 돌을 열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합니다.(마르 16,1-3 참조) 그러나 그들의 걱정과 달리 ‘그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다’(마르 16,4)라고 전합니다. 요한 복음의 증언도 흡사합니다.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요한 20,1) 그렇게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이미 당신 무덤의 문을 열어 놓으셨습니다. 문을 열고 나와 계셨던 것이지요.

열린 무덤이 그려진 돌. (이미지 출처 = Pixabay)
열린 무덤이 그려진 돌. (이미지 출처 = Pixabay)

오늘 복음의 시작인 이와 반대되는 또 하나의 상징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닫힌 문입니다. 주님 무덤의 문을 어떻게 열까 고민했던 것과는 달리 제자들이 머물러 있던 집의 문은 닫혀 있습니다.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요한 20,19) 제자들은 이미 마리아 막달레나를 통해 주님 부활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에게 가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하면서,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하신 이 말씀을 전하였다.' 요한 20,18) 그것을 쉽게 믿지 못하고 있었지요. 이미 주님의 부활을 마주하고 믿고 있지만 부활이 빛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당신 무덤의 문을 열고 나가셨던 주님께서는 그 닫힌 문에 얽매이지 않고 제자들 ‘가운데에 서시며’(요한 20,19) 그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건네십니다.

부활 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열린 무덤과 부활 시기를 마무리하는 닫힌 문을 묵상해 봅니다. 그렇게 우리가 주님께 다가가고자만 한다면 주님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계십니다. 하지만 주님이 우리에게 다가오고자 하시면 우리는 그 문을 잘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삶의 크고 작은 걱정과 불안감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계속 가두고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을 믿는데도 삶은 그렇게 쉽사리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 닫힌 마음을 뚫고 주님께서는 들어오셔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고자 하십니다.

오늘 복음 말미에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십니다.(요한 20,22) 이 구절은 자연스럽게 창세기를 떠올리게끔 합니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 예수님께서는 태초에 성부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하셨던 행동을 당신께서 부활하신 뒤에 제자들에게 다시 한번 반복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우리가 가진 부활하신 주님에 대한 신앙은 새 생명과 무관하지 않음을 우리는 부활시기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그렇게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며 ‘성령을 받아라’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렇게 성령을 받는다는 것은 항상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령의 은총은 너무나 다양하기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항상 체험하게끔 이끌어 줍니다. 그것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속의 닫힌 문을 열어 놓을 준비를 해야만 하지요.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 저희 생기 돋우소서’라는 성령송가의 노랫말처럼 성령의 은총으로 우리 마음의 닫힌 문을 닫고 새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성령의 은총을 체험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을 제대로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2독서에 등장하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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