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성소 주일) 사도 4,8-12; 1요한 3,1-2; 요한 10,11-18

지금 사는 학습관에서 한때 제가 맡았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가축들을 돌보는 일이었습니다. 소를 시작으로 하여 염소, 거위, 오리, 닭까지 있습니다. 평생 가축을 돌본 적이 없는 사제가 맡은 일 치고는 나름 가벼운 일은 아니지요. 동트는 시간에 맞춰 밥도 줘야 하고 물도 갈아 줘야 하는 등 다양한 일들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밤새 아무 일 없이 잘 지냈는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새끼 송아지 두 마리는 어미 곁에 잘 붙어 있는지부터 닭들은 알을 낳았는지, 염소들은 서로 안 싸우고 잘 있었는지 말입니다.

각 동물 친구들의 머릿수를 헤아려 보고 별 이상이 없을 때야 비로소 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거위 한 마리가 사라진 적이 있었습니다. 큰 녀석이라 야생동물로부터 닭들을 지켜 주었는데 어느 곳으로 사라졌는지도 모른 채 자리를 비웠습니다. 반나절 내내 거위를 찾으러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찾지 못했지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거위는 자기 집 근처 어느 풀밭에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반가움은 쉽게 잊혀지지가 않았지요.

성소 주일을 맞아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양 떼들을 바라보는 주님의 마음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말입니다. 혹여나 당신의 양들이 살고 있는 울타리를 떠날까 봐 노심초사하는 그 목자의 마음이 생각났습니다. 때로는 어느 양이 그 울타리를 뛰어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님은 그 잃은 양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시는 분이지요.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한 마리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놓아둔 채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루카 15,4)라는 복음의 말씀이 떠오르는 오늘입니다.

(이미지 출처 = Flickr)
(이미지 출처 = Flickr)

저도 동물을 키우면서 조금이나마 경험해 보았지만, 양들이 목자의 말을 항상 잘 들으면 좋으련만 그들이 항상 목자의 말을 잘 듣는 것은 아닙니다. 목자의 말을 잘 들어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양들은 끊임없이 크고 작은 일탈을 꿈꿉니다. 그것이 때론 자기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 모습이 신앙을 가지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참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뜻대로 살아가야 하는 걸 알면서도 삶의 순간에서 수없이 넘어지는 우리들의 모습은 울타리를 넘어 탈출하려고 애쓰는 양의 모습과 참 비슷합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그 울타리를 탈출한 양들은 잠시 자유를 느끼지만 어쩔 줄을 몰라 하죠. 다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그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나를 찾아오는 목자를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내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잘못을 짓지만 돌아설 때 용서해 주시는 주님의 자비를 느끼면서 ‘나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5)라는 오늘 복음에 등장한 주님의 말씀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혹시나 오해하지 마십시오. 이 글은 사목자로서 교우분들을 향해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제가 매년 성소 주일이 되면 항상 되새기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사제와 수도자 역시 하느님 앞에서는 양에 불과하다.’ 주위에 관계를 맺고 계신 사제와 수도자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더불어 사제 성소와 수도 성소를 꿈꾸고 있는 이들을 격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울타리 밖의 생활이 더 매력적이고 재미있어 보이는 요즘 시대에 주님의 부르심을 듣고도 지켜 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미 사제로 살아가는 저 역시 느끼는 사실입니다. 사제 성소와 수도 성소만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귀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주위에 주님 앞에 자신을 봉헌하려는 젊은이들이 있으면 많이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청합니다. 언젠가 참 감동적이게 읽었던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을 인용하며 오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저는 또한 젊은이들이 피상적이고 덧없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참으로 가치 있는 것과 숭고한 목적과 근본적인 선택을 하려는 갈망, 곧 예수님을 본받아 다른 이들을 섬기고자 하는 갈망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예수님을 따르고 사랑과 아낌없는 투신의 길, 힘들지만 용기가 필요한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 길에서 여러분은 섬김의 행복을 누릴 것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무한하고 영원한 사랑의 살아 있는 불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1베드 3,15) 줄 알게 될 것입니다."(베네딕토 16세, 2013년 성소 주일 담화 중)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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