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 세력에 의해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이 납치되었다. 무사귀환을 바라는 가족과 국민의 염원 속에 8월 30일 21명이 모두 돌아오기까지 두 사람이 목숨을 잃으면서 이번 피랍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우리의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번 피랍 사건으로 그동안 수면에 가라앉았던 한국 교회의 독선적이고 공
얼마 전 여섯 살배기 막내딸이 보던 그림책들을 정리해서 두어 상자를 사촌 동생에게 주었다. 그러고도 우리 집에는 몇 상자는 족히 될 만큼 그림책이 많다. 막내를 앞세워 가는 집 근처 도서관 유아 열람실 사면 벽에도 각종 그림책들이 가득하다. 서점에 가도 한 구석을 넓게 차지하고 있는 게 그림책들이다. 그만큼 그림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팔리고 있다. 한기호 한
성지 역사 아시시 언덕과 평야 중턱에 자리한 다미아노 성지는 초기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영성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아시시 주교의 뜻에 따라 원래 의사이며 순교자인 다미아노 성인에게 7-11세기 중에 봉헌된 성당이다. 1205년 청년 프란치스코는 자신의 생가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접하고 불안해하다가 성 다미아노 성당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던
성 루피노 주교좌 대성당은 성 프란치스코와 성 글라라가 세례를 받은 곳이다. 성인은 설교하기 전에 이곳에서 기도하였다. 아직도 대성당은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장엄하고 위엄이 있어 보인다. 정면 광장에서 성당을 바라보면 동물 위에 서있는 세 명의 남자에 의해 받들어진 대성당의 빛나는 장미형의 중앙 장식이 돋보인다. 시청 광장으로부터 성 루피노 길을 올라가면
퉁벙, 깊은 우물 속을 내리닫는 두레박 소리가 아득합니다. 캄캄했을 그 바닥에 고인 물도 두레박에서 쏟아져 내릴 때는 참 맑았지요, 참 시원했지요. 생생한 물통을 양쪽에 하나씩 얹고 세상을 버티는 힘으로 의연한 팔뚝으로 저는 행복했지요. 누군가 저로 인해 맑은 물을 전해 받고 누군가 저로 인해 깨끗한 얼굴로 세상에 나아갈 수 있음이 제 보람이요 기쁨이 되었
내 생애처럼 모든 게 흐릿합니다, 주님. 버릴 것도 없이 세상은 아스라하고 얻을 것도 없이 세상은 적적합니다. 하루 일당에 목을 걸고 사는 사람의 마음이 이러할까요? 이틀째 바람불어 더욱 나른한 한낮에 연장을 챙기지 않아도 좋을 저는, 몸으로 밀어올린 밥티같은 꽃입니다. 어디서도 더이상 구원을 말하지 않고 담벼락엔 구원같은 전단지만 팔랑대는 흐릿한 하늘아래
그래요, 저는 가난합니다 가끔 한낮에 햇볕을 쪼이려는 집 없는 고양이들만 웅크리고 얼굴을 부비는 그래요, 저는 가난한 지붕입니다 하루는 길고 지루합니다 하루의 밥을 벌기 위하여 오랫동안 비어있던 방안에도 저녁이 내리면 전깃불이 켜지고 저는 슬그머니 몸을 펴서 찬 이슬을 가립니다 그대들에게 평온한 밤이 허락되기를 아이들에게 엄마 품이 따뜻하기를 아이들에게 아
몇 주 전 연구소로 책 한 권이 배달되었다. 황대권 형님의 새 책 이다. ‘황대권의 신앙 편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바쁘시다더니 언제 또 책 한 권을 쓰셨나 하고 들쳐보니, 감옥에 있을 때 '디냐'라는 분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묶어낸 책이다. 대권 형님이 그분께 보낸 편지들만 모아 낸 것을 보니, 그분이 받았던 편지들을 나중에 형님에게 돌
나이 사십 가까이 되어 딸을 하나 얻었다. 오랜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전라도땅 무주로 귀농한 그 해 겨울이었다. 눈이 자북자북 쌓이는 날이었다. 산골 농가에 선물처럼 꽃등이 하나 더 내걸린 셈이다. 밤새 창밖은 하얗고 푸르스름한 빛을 잃지 않았다. 겨울밤 적막한 산촌(山村)에서 조금은 외로웠을 젊은 부부를 위로하는 불빛이다. 그 아이가 지금은 자라서 초등학교
버트란트 러셀은 독특한 사람이다. 살기도 오래 살았고 그 긴 생애 동안 온갖 것에 관심을 쏟으면서 책도 참 많이 썼다. 고등학교 때 동네에 있는 ‘이어도’라는 사회과학 서점에서 그가 썼던 『종교는 필요한가(Why I’m not christian)』라는 책을 조금 보다가 덮어 버렸다. 가뜩이나 미약하기 그지없는 나의 신앙심을
남편 베드로와 제가 많은 성인들 중에서 유독 성 프란치스코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정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 시대에 우리를 포함한 한국교회가 세상의 징표로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가를 반성하기 위함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가난함을 마음과 몸으로 체험하며 살아갔던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글라라의 삶을 나침반으로 삼아 오늘 우리 일상을 살아가고자 함이었습니다.
고요합니다. 적막합니다. 그리고 사방이 어둠에 잠긴채 그래서 빛이 곱게 제 위에 내려앉습니다. 식탁은 단촐하니 촛대와 작은 십자가와 성경이 제 자리에 머물고 그저 고요합니다. 그분이 제자들과 둘러앉아 시끌했던, 약간 상기되었으나 여전히 앞 일을 가늠할 수 없다는 듯이 가슴도 조이었으나 그분과 더불어 아직 밥을 나누고 있었으니 여전히 행복감이 남아있던 조촐한
주님, 저는 허수아비가 되기 싫어요. 벼이삭도 없는 광장에서 팔을 벌리고 서서 무엇을 어찌하란 말씀입니까?
까뭇하게 졸다 깼어요. 창틀에 앉아서 바람소리 듣다가 그만 졸다가 당신 생각을 하였나 봐요. 잠결처럼 부드럽게 다가와 꿈결처럼 가볍게 사라지는 당신을 생각 했었나 봐요. 가을이네요. 유리창 같은 하늘 때문에 저는 어디든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끈적이는 땀내도 없이 살을 후비는 차가움도 모르고 곁에 있어도 아무도 모를 투명한 눈빛으로 제가 있네요. 아이들
200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새로이 취임하는 사람이 있으면 퇴임하는 사람도 있는 법. 동교동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식이 있었다. 앞으로는 이 역사적 인물을 직접 볼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휴가를 내고 동교동으로 향한다. 퇴임식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데, 밥때가 되어 같이 같던 일행들은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게 되었다.
미국 성공회에서 동성애자 주교가 탄생하였을 때, 일부 신자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가톨릭교회도 꽤 냉냉한 반응을 보였다. 또 최근 미국 한 주에서 동성애 부부를 인정하자, 부시가 이를 가지고 방방 떴다고 하는데, 과연 부시다운 일이다. 에서 저자 다니엘 헬미니악은 동성애에 대한 여러 논란
참 진도가 안 나가는 책이 한 권이 있다. 이리도 진도가 안 나가는 이유는 새로울 게 없는 글을 부득이 한번쯤 읽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겉표지 부터 나 같은 사람은 필수적으로 꼭 읽어야 한다는 눈짓을 보낸다. 우리는 이제 ‘전인적 자기계발 원리’가 필요한데, 이 책에서 필자는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박대성 씨는 55년생이다. 노숙자였다. 알코올 중독에 빠져 모진 목숨을 이어왔다. 당연히 가족을 거느리지도 못했다. 그 연배의 보통 남자 인생을 상상한다면 그는 ‘빠져’ 있는 존재다. 지금 그는 스스로 돈을 벌어 지난 여름 셋방이나마 자신의 생활공간을 꾸몄다. 2년 정도 피붙이 같던 술과 담배를 끊었다. 그러자 몸이 환해지고 정신이 무
10월27일 오후 1시30분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이 시사회가 열렸다. 이 영화는 천주교 사회교정사목위원회가 제작 지원을 했으며 11월6일부터 강변 CGV와 압구정 CGV에서 각각 2주일간, 일주일간씩 상영된다.